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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do

영화 기생충, 왜 기생충일까? 본문

겨겨울

영화 기생충, 왜 기생충일까?

2024. 7. 18. 23:19

영화 '기생충'의 제목은 왜 기생충일까?

 

영화 초기 기획 당시 원제는 '데칼코마니'였다고 한다.

계층이 다른 두 가정의 대칭 혹은 대조,

혹은 경계에서의 일들을 표현하려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후 작품이 구체화되며 기생충으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데칼코마니란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영화 '어스'였다.

도플갱어가 가족을 대체해 가는 내용으로 이는 기생충의 내용과도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이 상징하는 대칭성으로 어스와의 유사성이 부각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런 이유로 급히 제목을 바꾼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의문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었다.

실질 어스는 기생충과 같은 2019년 개봉, 심지어 개봉일이 2달 정도 더 빨랐으니 말이다.

 

다만 단순 그렇게 제목을 정하였다기에는 곳곳 기생충을 염두에 둔 장치들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것을 보면 개봉 시점이 아닌

이미 촬영 시작 당시부터 기생충으로 방향을 확정 지었던 것 아닐까.

 

인간의 창자 즉 소화 기관을 연상케 하는 지하실의 통로 구조,

마치 분변 속 기생충을 본 듯 그곳에서 나온 존재를 보고 기절하는 아들,

주인의 영양분 즉 음식을 빼돌린다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부분들은 기택(송강호 분) 가족에 대한 비유적 표현에 비하면 상당히 직설적이다.

 

특히 동익(이선균 분)은 작품 말미 열쇠를 꺼내는 장면에 코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리는데,

이는 마치 오물 즉 분변 속 물건을 꺼내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기택이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의 정체성 즉 제 신분을 직시하게 된 것도 그 시점이었다.

 

물론 '선'이라는 데칼코마니의 흔적도 보이기는 한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또 자칫 상하의 계층성보다 좌우의 대칭성이 부각될 우려도 있었고 말이다.

 

실질 기생충을 보며 가족 구성원의 유사성까지 떠올리는 관객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데칼코마니란 제목이었다면 달랐을 테니 말이다.

 

하여튼 그래서 기생충이 된 것 아닌가 싶다.

 

한편 이것이 기생충에 대하여 적을 수 있는 감상의 전부이기도 하다.

이 이상은 과잉일 것 같다.

 

사실 각종 영화 속 장치가 '봉테일'이란 감독의 별명 아래 또 작품의 수상 내역까지 더해져

온갖 자의적 해석을 유발하는 면이 없지는 않다.

심지어 신앙심까지 더해져 이에 "종교 영화"라는 꼬리표까지 붙이려 한다.

 

과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현실에서도 의미 혹은 의도를 찾거나 교훈을 얻으려 한다.

물론 그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니다.

마음의 안식이 될 수도 있고, 삶의 동력이 될 수도, 혹은 규제의 공백에서 사회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다만 엄밀히 말한다면 현실은 그저 현실이 그러할 뿐이다.

그러한 것에는 어떤 의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에 해석을 붙일 수 있는 건

현실에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

애초 종교와 같은 수많은 믿음들이 그런 현실을 바탕하기 때문 아닐까.

 

기생충이 그런 경우일 수도 있다.

현실에 대한 묘사가 작위적이지 않아 오히려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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