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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do

귀멸의 칼날, 영원에 대하여 본문

겨겨울

귀멸의 칼날, 영원에 대하여

2024. 7. 14. 23:11

1기부터 4기까지 애니 '귀멸의 칼날'을 모두 보았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가장 마지막 화, 4기의 8화였다.

 

귀살대의 수장 우부야시키와 혈귀의 수장인 무잔의 대화 장면이 이어졌다.

 

둘은 '영원'에 대한 생각을 서로 주고받는다.

 

혈귀 즉 사람을 먹고 살아가는 괴물인 무잔은 천 년을 살아왔다.

말 그대로 영원한 존재, 하지만 유일한 약점인 햇빛을 극복하여 진정한 영원에 도달할 것이라 말한다.

무잔이 말하는 영원은 말 그대로 육체적 불멸을 의미한다.

 

반면 우부야시키는 20살 남짓에 그나마도 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비록 짧은 삶이지만 그 역시도 영원을 말한다.

자신은 죽어도 그 의지는 자신의 동료에 의해 이어지니 그것이 영원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부야시키가 말하는 영원이란 것은 너무도 구태하고 또 볼품없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수많은 작품에도 나오는 구태한 표현, 이제는 어떤 감흥도 어떤 설득력도 없다.

또 실제라 하여도 죽음이 걸린 상황에 생존의 몸부림이 아닌 그런 영원을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무잔도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다음 질문 하나로 무잔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신다.

"하지만 네가 죽으면 모든 혈귀가 사라지잖아?"

 

무잔의 의지는 이어질 수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반대로 보면, 무잔이란 영원한 존재 그 허무함을 통해

의지를 잇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대비하여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작품의 가장 밑바탕, 혈귀라는 영원하지만 허무한 존재,

이 대화 하나로 그 설정의 의미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전에도 주인공인 탄지로가 '혈귀는 공허한 존재이다'라며

죽어가는 혈귀의 등을 어루만지는 장면이 있다.

이 역시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상대 혈귀는 끊긴 연을 잇기 위해 실을 뿜는 거미였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실을 뿜어도 이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건 스스로 끊어버린 가족의 연이었다.

 

이는 마치 정신적 상처를 물리적 수단으로 덧대어 치유하려는,

2004년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의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는 장면을 떠올리게도 하였다.

 

이처럼 작품에 등장하는 혈귀 대부분은 마음에 공허함이 있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죄악을 저지른다.

 

무잔 역시 그와 다르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이 장면을 보며 가장 많이 떠올렸던 것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였다.

뜻하는 바와 대립되는 이야기(혈귀 혹은 참혹한 현실)를 전하고,

예상 밖의 질문 하나로 맥락을 뒤집어 충격을 주고 깨달음을 안기는.

 

작품이 성숙하고 단단하다.

만화나 애니에 갖는 편견이 무색해질 정도로.

심지어 연출도 상당히 좋다.

 

지루했던 4기 초반마저도 8화의 클라이맥스를 보고 나서,

또 한발 물러서서 작품 전체를 통해 서사를 쌓는다 생각하면 나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느슨한 전개 역시, 쉼표가 있었기에 8화가 더 임팩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음 5기는 최후의 결전이다.

극장판 3부작으로 제작될 것이라 한다.

 

벌써 '사상 최대의 흥행'이란 기대감 섞인 표현이 나오고 있고, 개인적인 생각도 그와 다르지 않다.

이미 극장판 전작인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가 일본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있다.

아마 그 기록도 깨지지 않을까 싶다. 작품의 팬층이 상당하고, 4기가 기대치 이상의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도 천만 관객 이상을 노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일본 애니가 흥행이 힘든 분위기이기는 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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