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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do

주술회전, 상당히 논리적인 구조의 본문

겨겨울

주술회전, 상당히 논리적인 구조의

2024. 8. 25. 20:55

주술회전 애니 2기까지의 감상평으론

보기 드물게 상당히 논리 구조가 잘 짜여 있는 애니라는 것이다.

 

저주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기반되는 설정,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철학의 대립.

 

해법을 논함에 있어서 대증요법과 원인요법,

그리고 원인요법에서도 분화가 일어난다.

 

가령 대증요법을 선호하는 건 고죠라는 인물이고,

원인요법은 게토 스구루이며, 이와 같은 입장에서 다른 방향을 도모하는 츠쿠모 유키까지.

부실 건물을 고쳐가며 계속 나아갈 것인가, 부수고 새로 지을 것인가, 부순다면 어떻게 새로 지을 것인가.

 

심지어 악당에게도 각자의 철학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저주의 편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며 협력하는 모양새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저주의 인간화', '범죄의 욕구',  '혼란의 창출'이란 가지를 치고 서로 반목하기도 한다.

 

악당의 입장도 아무런 이유 없이 "인간을 없애자" 그런 식은 아닌 것이다.

 

이런 기반의 견고함 외에도, 스토리 전개도 꽤 능숙한 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떡밥 회수라는 측면인데,

이는 이야기의 시간 순서를 바꿈으로써 자연스레 떡밥이 창출되고 회수가 되는 것이다.

단순 시간 순서의 전개였다면 밋밋할 수 있는 부분에 맛을 살렸다 볼 수 있다.

 

또한 인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상식을 벗어난 전개를 보인다는 건 재능이기도 하다.

쉽게 표현하면, "이게 말이 돼?" 하다가 설명을 듣다 보면 "그럴듯하네"라며 반응하는 식이다.

답은 답인데 남이 잘 생각하지 못하는 답을 찾는 능력, 그런 류의 스토리 전개를 보인다.

 

그리고 이런 전반의 구조뿐만 아니라,

각각 인물들의 행위 역시 감정이 아닌 논리 기반인 면이 눈에 띈다.

인물들의 행위의 근거는 뚜렷한 편이며, 그에 따른 대화의 흐름도 견고하다.

 

앞서 말한, 고조와 게토의 대립이나 악당의 철학 같은 것이 이런 맥락일 순 있다.

 

특히 2기의 메인 빌런, 게토의 머리를 차지한 카모 노리토시는 독특하지만 그럴듯한 동기로 판을 흔든다.

자신이 만든 것은 자신의 가능성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지만,

혼돈 속에서는 자신이 품은 가능성 이상의 것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말은 꽤 과학적인 접근이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메인 빌런인 조커가 혼란을 통한 균형을 목적하였다면,

카모 노리토시의 경우는 오히려 그 반대로 혼란을 통해 창출되는 초월적 존재가 목적으로 보인다.

 

반면 세부적인 부분에선 과감히 포기하는 면도 눈에 띄기는 한다.

특히 인물의 외양 묘사나 능력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그런 러프한 접근이 눈에 띈다.

 

가령 고조의 능력을 설명하며 영원히 수렴하는 무한이라든지,

허구는 마이너스인데 마이너스를 곱하면 양수가 되니까 척력이 발생한다든지 하는 건 궤변으로.

절대 방패와 절대 방패를 뚫는 주술의 존재 역시 선을 조금만 넘어도 초등학생 말싸움이 되어 버린다.

 

또 다른 예로 '흑섬'이란 기술에 대한 설명 역시 '파괴력이 제곱이다'라고 하면 단위가 붕괴되어 버린다.

단적으로 0.1의 제곱은 0.01, 그러면 오히려 힘이 줄어드는 것일까. 수학적 사고의 결여이다.

물론 설명의 주체가 토도 아오이라는 인물로 애초 성격이 그런 허술한 면이 있기는 하다.

 

물론 그렇다 하여도 문제가 있다 할 정도는 아니긴 하다.

만화 한정 충분히 허용되는 수준이다.

그리고 그런 디테일의 무시를 용납하면 능력을 활용한 전투는 의외로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러프하게 디테일을 날리는 것과 전체적인 뼈대를 세우는 것에 있어서

상당히 균형 있는 전개를 보여주는 애니라 생각한다.

 

그림체 역시 이런 특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만화 원작 그림체를 살펴보아도 러프 스케치를 큰 수정 없이 출판한 것으로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입체감 표현이나 액션, 구도 등 기본은 놓치지 않는 게 보인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애니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음영이나 색조 표현은 단조롭거나 심지어 없는 경우도 곧잘 보인다.

하지만 선 묘사로 보충하고 디테일을 날린 대신 액션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표절 논란 역시 같은 이유 아닐까 싶다.

디테일을 날리며 기존 요소들을 대충 짜 맞춘 결과로.

어떻게 보면 표절일까 싶지만, 반대로 보면 작품 기반 자체는 독창적인 것이라.

 

하여튼 그렇다.

개인적으론 높은 평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요약하면 논리적 전개를 따르고 작가의 개입이 적어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강점이다.

 

단적으로 말하여, 주인공의 근거 없는 억지가 "결과적으로 옳았다"라는 식의 전지적 개입이 없어서 좋다.

주인공 유지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에 대한 책임을 냉철하게 인지하고 작가는 이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자기만 옳다는 식의 주인공과 작가의 일방적 편애, 이런 중이병 전개는 개인적으론 선호하지 않는다.

 

다르게 보면, 선악을 떠나 각자의 행동의 근거가 있고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게 취향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의 개입이 배제되며 인물의 독립적 판단으로 입체성이 부각되어 맛을 살리는 측면도 있고,

다르게는 악인의 사고까지 이해함으로써 연민 혹은 사고의 범위를 넓히는 측면도 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작가 스스로가 천재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역량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타입은 주변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디테일을 날리다 못해 작품까지 날리는 경우가 많다.

 

앞서 균형을 말했지만,

이것이 아슬아슬함 역시 부인하기는 힘들다.

물론 애니화에서는 다수의 참여로 다양한 입장이 반영되기에 이런 걱정은 기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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