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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아줌마" 호칭이 잘못된 것일까? 본문
한국에서 호칭은 기본적으론
미혼의 남성은 '총각'이고 여성은 '처녀'이며,
이에 대한 존칭은 '도련님'과 '아가씨'이다.
통상 기혼은 '아저씨'와 '아줌마',
손윗사람에 대하여는 '아주버니'와 '아주머니'이라 부르고,
이에 대한 존칭은 '아주버님'과 '아주머님'이다.
언어 특성상 성별 대칭성을 보이고 이를 기반으로 보면 위와 같은 형태가 된다.
대부분은 친인척 사이 항렬 관계를 따지던 말로
그 용도가 확장되며 범용적으로 상대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이다.
사전적 의미도 점차 그런 현실적 사용례에 따라 변한 면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초기의 의미는 위와 같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난감하고 또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남성의 경우는 그나마 군대 가면 바로 '아저씨'란 호칭이 붙기에
젊으면 '학생', 나이가 들면 '아저씨' 같은 호칭이 익숙한 편일 수 있다.
그래도 마냥 달갑지만은 않아 '삼촌', '사장님' 같은 애매한 표현이 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호칭의 경우에는 더 난감한 부분이 있다.
가령 '아저씨'랑 동격인 '아줌마' 표현 자체가 금기시되어 있고,
'아주머니'란 윗사람을 부르는 표현 역시 점점 쓰기 힘든 분위기이니 말이다.
설령 상대가 중장년이라 하여도 '아주머니' 대신 미혼 여성의 높임인 '아가씨'란 표현을 쓰는 것이 이롭다.
다른 표현으로 '이모님'라 말하여도 문제가 되고, 그것을 높여 '어머님'이라고 해도 논란이 된다.
친인척 호칭 이외 남성에게 '도련님', '아주버니'라 하는 경우는 없으니, 더 민감한 분위기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아저씨' 호칭을 무감하게 받아들인다 하여
'아저씨'를 '아주머니'와 동격이라 생각하고 부르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이해로, '아주머니'와 동격은 '아주버니'이며, '아저씨'의 동격이 '아줌마'이다.
그리고 이는 비칭 혹은 하대의 표현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놈놈놈'은 영화 제목이 될 수 있지만 '년년년'은 논란이 된다.
물론 여성이 호칭에 더 민감하다지만 특정 성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남성 역시 '아저씨'란 단어에 긍정적인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긍정적이지 않음을 넘어 무례한 표현으로 여기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그렇다 하여 비존칭인 '아저씨'의 대체어로 '아주버니'를 갖고 오기도 애매하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칭을 씀에 난감한 부분이 있다.
단적으로, 상대를 부를 말이 없다.
눈앞의 사람을 부르려다 멈칫하는 순간이 많아진다.
분명 '아주머니'라 부를 상황에도
'아줌마'가 하대로 격하되며 윗사람을 부르던 '아주머니'까지 비존칭으로 인식되고,
실질 '아주머니'란 호칭을 예의 없다 생각하는 이들도 종종 보이니 말이다.
심지어 사전적 표현마저 이런 현실에 따라 변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으니 말이다.
'사회 현상'에 억지 해석으로 예외적 기준을 세우려다 보니 설명이 궁색해지고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실질 20~30년 전만 하여도 아줌마란 표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없었으니 말이다.
사회 현상, 아마 이는 2000년대 이후 생겨난 '동안 열풍'이 원인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외모를 추구하며
반대로 '나이에 어울리는 외모'나 그 호칭에 부정적 의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여튼, 심지어는 아주머니의 경우 친인척 사이 '부모 항렬'의 여성을 포함하는 호칭임에도
'같은 항렬'만을 지칭하는 아주버니와 달리 하대의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기도 하다.
의미의 상하 관계가 꼬이고 비틀어지는 것이다.
한편 같은 이유로 극존칭 문제도 발생한다.
가령 '선생님, 커피 나오셨습니다'처럼 근거 없는 존칭을 틈틈이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극존칭에 따른 언어 오염도 발생한다.
이는 순우리말보다 한자를 더 격식있는 표현으로 인식하는 그릇된 경향에 따른 것으로,
순우리말 높임말인 '손님' 대신 한자어인 '고객(顧客)님'을 극존칭이라 인식하며 대체하는 식이다.
심지어 극존칭을 쓴다 하여 날 선 반응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령 '선생님' 같은 극존칭을 써도 상대에 대한 존중보다는
'나이가 지긋하다'란 의미에 더 중점을 두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제가 선생님 소리 들을 나이로 보이세요?"라는 날 선 반응을 마주할 수도 있다.
왜 호칭은 점점 격하되며,
왜 점점 더 높은 존칭을 찾게 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그 원인은 호칭이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 중
부정적인 측면을 더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심해졌기 때문 아닐까 싶다.
존칭은 존칭이 아니게 되고, 일반적 단어는 비칭이 되고,
그러면 새로운 존칭을 찾게 되고, 또 그것이 언젠가 비칭이 되는
계속 그것의 반복이다.
그러면 호칭을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실질 일반에서는 "저기요" 같은 무속성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저기요"는 "내가 용건이 있다"라는 의미로 상대의 어떤 속성도 담기지 않으니.
다만 호칭에서 대상의 속성이 없으면 지칭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게 되는 문제가 있다.
다수가 모인 공간에서 "저기요" 하면 모두가 쳐다볼 테니.
언어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애매하다.
사람이 문제일까, 언어가 문제일까?
혹여 더 좋은 표현만 사용하려다 보니, 되려 평범한 표현이 격하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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