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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do

반지하와 하수구 본문

겨겨울

반지하와 하수구

2025. 5. 30. 19:39

도심 하수구는 보통 지면으로부터 1m 아래에 위치한다.

그런데 반자하라는 지하 주거 형태는 그보다 아래에 위치한다.

 

그래서 반지하가 있는 건물들은

외부로 하수를 배출하는 배관이 충분한 경사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건물 쪽이 더 낮은 경사를 보이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장마철 하수구로부터 빗물 및 하수가 역류하여 주거가 침수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낮은 경사로 인하여 배관에 이물질이 쌓이기 쉽고 그로 인하여 배관이 막히는 경우도 잦다.

배관이 막히면 외부로 빠져야 할 오수가 지하층으로 역류하여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말이다.

 

이런 것을 보면 침수니 역류니 하는 것들은 애초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사고가 발생하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장마나 폭우 같은 자연재해,

하수도 정비 사업, 주민의 하수 처리 미흡 등에서 원인을 찾곤 한다.

물론 그것도 원인의 일부이긴 하지만, 본질 즉 주범은 아니니 말이다.

 

본질은 하수구보다 낮은 주거 형태인 것이다.

하수구 매설 깊이를 보면 반지하는 주거에 적합한 위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 반지하란 주거 형태를 정책으로 삼을 것이었으면,

하수구나 정화조 매설 깊이에 대한 법규부터 정비하고 관련 예산을 확충해야 했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애초 반지하란 주거 형태를 인정하지 말았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일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막상 터지면 애꿎은 재해 탓만 할 뿐이다.

 

그렇게 보면 최근 지하 주거 형태를 금지하려는 정책은 그 방향성만 보면 옳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수단에 있어서 변화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대안도 같이 고민해야 할 테지만 말이다.

 

사족으로 영화 '기생충'에서 변기가 계단 위에 있던 것도 위와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변기가 땅 속 정화조보다 높아야 하기에 계단 위로 바닥을 높이고 변기를 설치한 것이다.

 

애초 건물을 지을 때 지하에 주거를 만들 것이면 정화조를 더 아래 묻었어야 했을 것인데,

처음에는 없던 공간에 세입자 하나라도 더 들이기 위해 억지로 공간을 확장하려다 보니

그런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올드 보이'의 낙지에 비견될 정도로

충격적인 비주얼의 '기생충' 화장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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