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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do

거인은 왜 느리게 움직일까? 본문

겨겨울

거인은 왜 느리게 움직일까?

2024. 4. 30. 22:03

영화에서 표현된 거인은 느리다.

슬로 모션을 취하듯 천천히 움직인다.

 

 

왜 거인은 느리게 움직일까?

 

일단, 답부터 말하면 중력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우리 눈과 뇌는 중력 운동을 바탕으로

거대한 물체가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인간은 실제로 거인 수준의 거대한 생물을 접할 기회가 없다.

그래서 거대한 자연현상을 바탕으로 그 '거대한 것'에 대한 움직임을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물 운동 중 가장 접하기 쉬운 것이 '추락' 즉 중력 운동이다.

 

이런 중력 운동을 바탕으로 거대한 물체의 운동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상상을 한번 해보자.

책상 위의 지우개가 떨어진다.

그리고 거대한 빙하가 바다 위로 무너지고 있다.

 

지우개는 손쓸 틈도 없이 재빠르게 떨어지지만,

빙하는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상상할 것이다.

 

만약 빙하가 지우개처럼 빠르게 떨어지면, 하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빙하의 느릿느릿 추락, 그것이 실제의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는 이런 중력 운동에 익숙하기 때문에,

거대한 거인 역시 느리게 움직일 것이라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왜 거대한 물체는 느리게 떨어지는가?

 

지구의 중력은 9.8㎨, 개략적으로 10㎨라 해보자.

이 말은 즉, 1초마다 10㎧의 속력이 더해진다는 말이다.

즉 정지한 물체는 1초 뒤 1초에 10미터를 움직이는 속도로 떨어지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물체가 추락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공식을 유도하면

추락까지 걸리는 시간 t = √(2h/g)이다.

 

1미터 떨어진다고 하면, 추락까지는 개략 0.5초 걸린다.

그렇다면 10미터는? 추락까지 1.5초.

100미터라면? 추락까지 4.5초.

 

즉, 100m 추락하는 빙하와 1m 떨어지는 지우개를

동일한 크기의 화면에서 본다 생각하면

빙하는 지우개보다 9배는 느리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이게 실제 자연의 운동이다.

 

중력 10㎨의 10m라는 단위가 고정되기 때문에,

거대할수록 그 영향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m 사람의 10m와 100m 거대한 물체의 10m는 체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면 거인이 느리게 움직이는 게 자연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이처럼 거대한 물체가 느리게 떨어지는 것이 실제 자연의 운동이고,

우린 그런 익숙함에 빗대어 거인의 운동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만약 거인이 느리지 않게 움직인다면?

 

근력이나, 뼈의 내구성 등 고려할 요소가 많겠지만,

단순히 그냥 10배 커지듯이 10배 빠르게 움직인다 해보자.

 

일단 각각 화면을 통해 보면, 운동의 시작점에서

사람의 모습과 10배 큰 10배 빠른 거인은 동일하게 보일 것이다.

화면의 고정 크기로 가져왔을 때, 각각 1/n과 1/10n을 통해 동일한 값으로 떨어질 것이기에.

 

즉 우리가 거인을 거인으로 인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화면상 두 개체의 직접적 대비가 없다면, 운동의 시작점은 똑같은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말한 거대하면 느리다는 우리의 상상과 대치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리고 실제 운동에서도 차이가 나타나는 면도 있다.

이는 거인이 점프를 하는 모습을 가정하고 수치를 계산해 보면 알기 쉬운데.

 

일단 점프 속도부터 구하면 v = √(2gh)로

2m 높이 사람의 1m 점프는 도약 속도가 4.5㎧이다.

 

이를 동일 비율로 10배 커진 10배 빠른 거인이 한다고 하면,

20m 높이 거인이 도약 속도 45㎧로 점프를 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을 동일한 크기로 비율을 맞추어 화면에 표현하면,

시작점에서 작은 사람과 거인의 운동은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점프 높이도 똑같이 10배인 10m일까?

 

하지만 10배 커진 거인이 10배 빠르게 뛰어오르면

사람 점프 1m의 10배인 10m가 아닌 100배인 100m를 점프하게 된다.

h = v²/2g에 따른 계산이다.

 

만약 이를 화면으로 가져온다 하면,

일반 사람처럼 움직이는데 이상하게 점프 높이가 10배가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실질 거인의 입장에선 10배 커진 만큼 중력의 영향이 1/10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위는 중력 효과를 극명히 드려내려 점프를 가정하였으나,

중력이 관여하는 운동에 관하여는 모두 동일하긴 하다.

걸을 때도 내리는 발은 낙하 운동을 따르므로 발을 뻗을 때는 빠르게 내릴 때는 느리게 됨을 알 수 있다.

 

하여튼 과연 같은 속도로 움직임에도 10배로 더 높이 점프를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거인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추론이 가능할까.

설령 머리로 추론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체감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실질 이는 상대적으로 중력의 영향이 작아진 환경에서 비롯된 영향이므로,

만약 이런 모습을 보고 거인을 추론한다면 우주정거장 사람들의 운동이 거인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으니 말이다. 환경의 이질감만 느껴질 뿐, 사람을 거인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없다.

 

뭔가 더 상식적일 것 같지만,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다.

 

반면 느리게 쿵 쿵 걸으면,

거인일 것이란 생각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앞서 말했다시피, 경험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부분으로.

 

 

요약하여, 영화 속 거인이 느리게 움직이는 이유는?

 

거인은 실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자연물의 운동에 비추어, 

우리가 그것을 자연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족으로, 반대로 빠르게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

 

아래 영상을 보는 게 빠를 것 같다.

 

위 영상은 실제 풍경을 찍은 영상인데 마치 미니어처처럼 느껴진다.

 

이는 앞서 "느린 거인" 효과를 역이용한 것으로,

느리게 움직이면 거인이라 인지하는 것과 반대로

빠르게 움직이면 작은 물체라 인지하는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물론 위 영상은 속도를 빠르게 한 것뿐만 아니라 렌즈 효과도 주었다.

 

참고로 렌즈 효과에 대하여 설명을 더하면.

 

일반에서는 틸트-시프트(Tilt shift photography)라는 효과 이름만 대고

'상하에 블러 효과(흐리기)를 주면 미니어처처럼 보인다'라는 식으로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 원리에 대하여 조금 더 파고들어 설명할 것이다.

 

보통 풍경은 카메라(눈)와 피사체 거리가 멀기 때문에 먼 물체도 명확하게 보인다.

풍경은 애초 멀리에서 찍기 때문에 카메라와의 거리는 가까운 물체이나 먼 물체이나

비율적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1km 앞의 풍경을 촬영한다면,

100m의 거리 차이가 있는 풍경은

1,000m와 1,100m로 실질 큰 차이가 아니기에 초점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그러면 10m 앞에서 찍는다면?

 

10미터 앞까지 접근하여 찍으면 앞서 100m의 차이는 10m와 110m로

렌즈와의 거리는 10배의 거리 차이를 보인다.

당연 10배 뒤 거리의 초점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가까이에서 물체를 찍으면 '거리에 따른 왜곡' 증가한다는 말도 된다.

 

그런데 우리 뇌는 이것을 이미 알고 있다.

뇌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가까이 보면, 거리에 따른 왜곡이 증가한다'라는 것을 스스로 깨우쳤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상한 것'과 '이상하지 않은 것'을 자동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 영상에서처럼 초점 거리 외 영상의 상하에 블러 효과를 주면,

'거리에 따른 왜곡이 심한 것을 보니, 가까이에서 찍었구나'라는 식으로 뇌가 멋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렇게 뇌의 습관을 역이용하는 것이 바로 '착시 효과'의 윈리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면 이를 종합하여, 위 영상을 본 뇌는 아래와 같이 판단을 할 것이다.

 

"빠르니까 작은 물체일 것이다."

"거리에 따른 차이가 심한 것을 보니 가까이에서 찍었을 것이다."

"가까이에서 찍었는데, 이렇게 작다고? 그러면 당연 미니어처!"

 

뇌는 우리가 작은 부분 하나하나 일일이 생각하지 않도록 많은 부분을 자동화시켜 놨다.

그것을 역이용하면, 이런 착시 영상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여기에서는 '거리에 따른 왜곡'을 말하며 '초점에 따른 블러 효과'만을 다루었는데,

실질 가까우면 초점에 따른 효과뿐만 아니라 사이즈 왜곡도 심해진다.

카메라 렌즈가 가까워질수록 가까운 물체와 먼 물체의 크기 차이도 더 심해지는 것이다.

 

가령 인물 사진의 사진의 코를 키우면 카메라가 코 앞에 있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이런 효과로 피사체와 관찰자의 거리는 줄이거나 늘이는 식으로

사진이나 영상에 생동감을 더하거나 반대로 거리를 두어 객관성을 더할 수도 있다.

 

'거리'란 것은 우리의 생존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고 민감한 요소이다. 그래서

뇌는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 많은 기능을 발전시켰고, 반대로 이를 이용한 착시도 가능한 것이다.

'거리'에 따른 감정 및 행위적 차이, 그리고 '거리'를 이용한 설득이나 연출 혹은 착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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