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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가 사라질까? 본문
아마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일부, 메타가 변화될 뿐 일러스트레이터란 직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말장난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상당수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업을 잃게 된다.
고용주(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결론이 너무 명확한 문제이다.
고용은 곧 비용.
더 많은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 현실에서 비용 절감의 이유로 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령, 식당에서 서빙을 로봇이 대신하면,
서버의 역할은 로봇에 음식을 옮겨 담는 역할로 축소된다.
당연히 서버의 숫자가 줄어들거나 이를 요리사가 대신하는 식으로 변화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독특한 복장으로 손님을 끄는 호객형 서버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름만 같을 뿐 과거 서버와는 전혀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다른 직종인 셈이다.
그리고 AI로 인한 변화는 과거 손 그림에서 컴퓨터 작업으로 넘어가던 시절과는 명확히 다르다.
당시 포토샵이나 페인터,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프로그램과 태블릿(타블렛)의 보급으로 인한 변화는
사람의 생산 속도가 증가하는 변화였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는 사람의 생산 속도 향상이 아닌 기계의 생산력 증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산 속도가 증가하는 건 맞지만,
그건 또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의 생산력은 아니고 말이다.
과거 붓 대신 태블릿이 주어졌어도, 일러스트레이터는 일러스트레이터였다.
하지만 텍스트로 명령어를 넣고 AI에게 명령을 하는 사람을 일러스트레이터라 할 수 있을까.
미술이란 영역에서 학습하고 갈고닦은 능력들 대부분이 무용지물이 되는 현실,
과연 일러스트레이터란 직업이 살아남았다 할 수 있을까...
즉 과거에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도구가 대체'되는 변화였다면,
지금의 AI 발전은 '일러스트레이터 자체를 대체'하는 변화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심지어 그것이 단순한 생산력의 향상이 아닌 기하급수적 형태로 수요를 웃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의 변화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생산 속도 증가가
수요의 증가와 함께 했고, 이로 인하여 일러스트레이터란 직업의 활동 영역이 확장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산량 증가는 도저히 수요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생산은 기계가, 수요는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원자재도 없는 오로지 노동으로 점철된, 다시 말하면 생산에 어떤 물리적 제한도 없다는 말이다.
결국 사람을 기반으로 한 시장의 논리가 무너지는 것이다.
어떤 비용도 없이 기계는 단시간에 수십 수백 장의 그림을 생산할 수 있으니까.
사람이 끼어들 공간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창의적인 작업은 살아남지 않을까? 가령, 웹툰 작가라면?
이미 AI는 작가의 영역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글을 읽고 학습하여, 자신만의 글을 창작할 수 있는 수준까지.
AI 일러스트레이터처럼 단어 몇 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AI 작가가,
'사랑',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정도만 주어져도 웬만한 일일 드라마 각본은 나오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조만간 작가들의 글에 대하여 'AI 대필 의혹'이니 하는 논란이 시사 일면을 장식할 수도 있는.
이는 웹툰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토리를 만들고 구성을 짜서 그림을 채우는 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명작을 쓰는 것이 아닌 이상은, 혹은 명작마저도.
안전 영역은 없다.
AI가 웹툰을 어떻게 그린다는 말일까? 웹툰을 이해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지금 AI 기술력은 이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학습된 AI가 어느 정도까지의 성능을 보여줄지
AI 제작자도 이를 판단할 수 없는 특이점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가령, 바둑 AI만 보아도
처음에는 단순 통계에 따른 판단이라 생각했지만 그 한 수 한 수가 의미가 있었던.
AI가 기보를 그냥 통계 근거로 삼는 것이 아닌 "이해한다"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또한 결과물 역시도.
단순 기계라면, 예를 들면 자동차라면 밟아서 최대 200km/h라는 성능의 한계가 물리적으로 명확하다.
하지만 AI는 그런 추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과거 바둑 AI인 '알파고'가 사람과의 대전으로 자신의 성능을 가늠하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고.
제작자도 그들의 결과물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추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챗봇이 인터넷 정보룰 무분별하게 학습하여 논란이 되는 발언으로 문제가 되던 경우도 있었으니.
AI가 웹툰도 보고, 이해하고,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내놓는 것,
이 모두를 불가능으로 치부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창의적인 일인가, 아니면 숙련이 필요한 일인가?
이젠 이런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숙련이 요구되고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는 분야라면,
분야를 가지리 않고 AI가 침투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과거 창의적이라 생각되던 분야도
숙련의 결과물은 아닌가, 그런 고민까지 하게 된.
실제로 AI가 계속 분야를 확장하며 그런 고민에 대한 회의적인 대답을 내놓고 있고.
아마 거의 모든 영역이 AI의 침범으로 자유롭긴 힘들 것이다.
만약 살아남는다면 창작자라서가 아니라 자본가(고용주, 사업가)로서 살아남게 될.
혹은 법적으로 그 영역이 인간에게만 보장되는 직업이라거나.
가령, 의료나 법조 그리고 회계 분야는 AI에 의해 가장 대체되기 쉬운 직군이고
이미 AI가 인간 이상의 능력을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능력적인 부분이 아닌 법적인 제한으로 AI 활용이 제한되고 있다.
AI는 우리에게 희망일까, 절망일까?
개인적으로는 AI의 발전에 경이감과 어떤 절망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경외감이랄까, 아니 그와는 조금 다른.
기술의 발전에 놀랍고 감탄하기도 하면서도,
몇 년 동안 갈고닦고 학습해 온 능력들이 부정될 우리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그리 밝게 보이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일자리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면(고용주에게는 축복일 수도 있지만) 더욱 절망적인.
근 10년 이내 사무실 의자의 90%가 사라질 수도 있다.
사람에게 맡겨질 일은 화장실 청소뿐라는 농담마저. 하지만 AI는 화장실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물론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가이드, 여행 통역 등
기존 인건비의 문제로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분야에는 혜택이 클 것이지만,
대부분의 기존 시장이 형성된 부분에서는 그 균형이 파괴될 것인.
이를 희망으로 보려면 사회적인 대비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다시 말하지만, AI 발전에 대하여 말하는 이유는
단순한 AI 경배나 전문직의 노력이나 전문성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위기에 대하여 말하고 그 대비를 하자는 것이다. 낙관 일관, 위기를 자초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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