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do
허영의 "싸다"구 본문
없는 사람들은 고급 식당에 가서 "싸다!"를 연발하며 음식을 먹는다.
반면 있는 사람들은 저렴한 식당에서 맛과 품질에 감탄하며 먹는다.
참고로 여기의 없고 있고는 단순 금전적 요건을 말하는 것은 아닌. 하여튼.
도대체 "싸다"라는 말을 무슨 의미로 하는 것일까?
식당 주인에게는 단지 저렴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칭찬이 될 순 없다.
오히려 "싸다", "Cheap" 이런 식의 표현은 결례가 될 수도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자체는
판매자 앞에서 가격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긴, 비굴함이 있는 모양새로.
주도권을 쥔 사람은 절대로 이런 식의 표현을 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그 대상은 아마 마주하는 상대방.
진짜 저렴한 식당 앞에서는 표현을 아끼고,
고급 식당에서만 그 말을 연발하는 이유 역시도.
아마 일종의 허영 아닌가 싶다.
비싼 음식을 싸다고 말하며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당연 청자는 식당 주인이 아닌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있는 누군가.
소비 생활 중 가장 저렴한 일상에서 특수한 반전을 노리고 싶은 것 아닐까.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잘 안 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의외로 그런 허영에 속는 사람들도 많다는 말이겠지.
사기꾼에 속아 이를 믿는 사람들의 마음이며,
술집에서 주제에 넘는 거액을 쓰며 뒷웃음 당하는 줄도 모르는 머리 빈 행동들이며...
요즘 특히 세간을 뜨겁게 달구는 일들 하나같이.
차라리 차가운 사람들이 많았다면 그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최소한 차가움 속에서는 곰팡이가 자라고 마음이 썩는 일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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