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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의 '돈세탁'에 대하여 본문
영화 '신세계'를 보면 조직폭력배인 정청(황정민 분)이 형사인 강 과장(최민식 분)에게
"깨끗하게 세탁기 돌린 거라 드셔도 됩니다"라며 돈이 담긴 월병을 넘긴다.
상식적으로 범죄의 수익이니 세탁기 돌렸다고 하면
돈세탁을 거쳤겠거니 하고 납득이 되는 장면이긴 하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돈세탁의 정확한 의미로 쓰였다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돈세탁'이란?
아주 직관적으로, 돈을 세탁한다는 말이다.
뭔가를 지웠거나 깨끗이 했다는 말로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자금의 출처를 지우는 행위,
그리고 자금에 새로운 출처를 부여하는 행위로.
목적은 출처를 지움으로써 범죄나 기타 부정한 행위의 흔적을 지우거나 은닉의 목적,
새로운 출처를 부여함으로써 탈세 혹은
재산 증식에 있어서 정당한 수입으로 위장하여 범죄 연루 의심을 피하기 위함이다.
가령, 차명 계좌, 해외 계좌 등 추적이 어렵게 돈을 숨겨 불법 자금으로 삼거나 탈세를 목적한다거나,
위층에서 발생한 마약 수익을 아래층의 세차장 수익으로 탈바꿈한다거나,
아니면 현금 자체는 출처가 없기에 계좌의 돈을 현금으로 빼 넘기는 것 역시 돈세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면 영화에서 말한 돈세탁은?
영화에서는 현금을 주며 돈세탁을 한 돈이라 탈이 없다며 말을 한다.
하지만 현금은 그 자체로 출처가 없어 돈세탁이 필요 없다(일련번호 추적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극히 드문).
그리고 월병을 새로운 출처 기능을 한다고도 할 수 없으니
돈세탁이란 말이 들어맞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만약 강 과장이 정청의 '드셔도 탈 없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그 돈으로 고급 차라도 샀다가는 바로 과세당국의 추적을 받을 수도,
그리고 관련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혹은 감찰기관으로 넘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아주 직관적으로, 돈에 피가 묻어 정말로 세탁기를 돌린 것일 수도 있다.
세탁기에 돌렸으니 "돈세탁", 핏자국 즉 범죄 흔적이라는 출처를 지워서 의미적으로도 돈세탁이 된다.
다만 정말 그런 "돈세탁"이라면 장르가 코미디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하여튼 영화 속 '돈세탁'이란 말은 "엄밀히는" 정확한 의미로 쓰이진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돈세탁'이란 말은 잘못된 것일까?
그건 아니다. 정확한 의미는 아니지만,
그 표현 자체가 갖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뇌물이 범죄수익이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 쓴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탈이 없다는 말의 근거로서 이를 뒷받침하여
이 돈을 거절한 강 과장의 굳은 신념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역할도 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도 이를 보며 직관적으로 그런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으니,
아주 간결하고 효과적인 표현을 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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