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가 일본 음식일까?

예전 어떤 음식 평론가가 불고기가 일본에서 온 음식이라 말을 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불고기가 일본의 '야키니쿠(焼肉, 야끼니꾸)'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국물이 있는 불고기의 형태가 일본 '나베(鍋)'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도 했다.

 

개인적으론 이런 말의 흐름은 좋지 않게 느껴진다.

 

흐름 자체가 한국에서 즐기는 불고기 자체가 '야키니쿠'와 다르기 때문에

'나베'라는 것을 갖다 붙여 억지로 일본을 결부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야키니쿠를 보면 '燒 불사를 소'에 '肉 고기 육'을 합친 단어로

얼핏 보면 '불사를 소'니까 불고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엄밀히 해당 한자어는 '구운' 형태의 국물이 없는 음식을 지칭한다.

 

같은 '불사를 소(발음 [야키])'를 쓰는 타코야키, 야키메시 모두 마찬가지이다.

야키모노라는 철판구이 역시 마찬가지로 국물과는 상관이 없다.

 

그러니까 한국의 국물이 자작한 불고기 형태를

일본인들에게 '야키니쿠'라고 소개를 하면 되려 오해를 사기 쉬운 것이다.

 

그래서 '나베'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의도가 불순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야키니쿠'와는 다른 한국의 형태이면 그 고유함을 인정하면 되는데,

그것을 굳이 또 다른 일본 음식에 빗대어 일본의 단어로 설명을 하려는 그 의도 말이다.

 

과거 불고기가 국물이 없이 구워 먹는 형태였다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되려 일본의 '야키니쿠'가 영향을 받은 결과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불고기를 일본 음식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없지만,

일본에서는 '야키니쿠'를 한식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양국의 음식이 상호 영향을 받으며 각자의 고유 형태를 발전시켰을 것이란

일반론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해석에 지나치게 일본을 결부시키는 의도가 불순하다는 말이다.

 

실질 음식이라는 게 그러하다.

 

따지고 보면 일본 음식이라는 돈가스, 카레 모두 일본 고유의 것이 아니다.

미국의 피자, 햄버거 역시 피자는 이탈리아가, 햄버거는 독일이 고향이다.

칠리 핫도그도 독일의 소시지와 멕시코의 칠리소스가 미국에서 합쳐진 미국 음식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고 이건 당연한 사실이고 일반론이다.

근 100년 사이를 따져도 짜장면, 부대찌개 같은 음식들을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유래가 어떠하건 그것에 각자의 창의성이 더해져

그것이 그 나라의 음식으로 재창조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고 아주 상식적인 일이다.

그것이 10년 전이거나, 1000년 전이거나 말이다.

 

그런데 위의 불고기에 대한 해석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재창조 혹은 창의성이란 부분이 모조리 일본의 것으로 바뀐 것이다.

 

그 평론가의 말을 빌면 간장을 넣으면 야키니쿠이고,

국물이 있으면 나베의 영향이고, 설탕을 넣어도 일본의 영향이다.

그렇게 모든 근본을 일본에서 찾는 논리라면 부대찌개도 일본의 영향이 되는 것일까.

 

분명 일본과는 다른 한국의 고유한 형태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부분 부분 뜯어내어 유사한 하나만 가지고 일본의 영향이라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에게 묻는다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인이 봐도 한국의 국물이 자작한 불고기는 '야키니쿠'도 아니고 '나베'도 아니다.

최근 '야키니쿠나베'와 같은 상품이 나오긴 했지만, 그것 역시 한국의 불고기와는 많이 다르고 말이다.

 

혹여 불고기를 '야키니쿠'에 빗댄다면

석쇠나 팬에 굽는 형태를 지칭하거나 맛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쓰는 정도이다.

미국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보며 올림픽대교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 평론가는 마지막에 "불고기가 우리 거 아니면 어때"라며 너스레까지 떨었지만,

어떻게 해석하여도 한국의 것이 맞고

한국의 것이라 하여도 반박할 나라는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