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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do

추락한 아이를 일으켜준 고릴라를 사살한 본문

겨겨울

추락한 아이를 일으켜준 고릴라를 사살한

2024. 4. 15. 23:33

한국 뉴스나 인터넷에서는 '고릴라 사살' 사건으로 알려져

떨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고릴라 장면만 영상으로 나왔던 사건이다.

마치 고릴라가 아이를 구하려던 모습이 비쳐, 고릴라 사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쇄도하기도 했다.

 

아래는 전체 영상이다.

 

고릴라가 아이의 발목을 잡고 우리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중간 주저앉은 아이를 잠시 일으키는가 싶더니 이내 아이의 몸통을 잡고 뛴다.

 

우리가 뉴스나 유튜브를 통해 본 장면은

중간에 아이를 일으키던 고릴라의 모습 그것뿐이다.

뉴스의 제목은 '고릴라 사살'이고 말이다.

 

의도적 연출이다. 뉴스는 편집을 통해

'아이를 구하려던 고릴라와 이를 사살한 누군가'로 프레임을 짰다.

대중은 복잡한 이면보다는 즉흥적으로 적대할 상대를 눈앞에서 찾기 마련, 뉴스는 이를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사실 확인 전부터 분노를, 그렇게 아군과 적군을 정하고 선을 그었다.

그렇게 선을 긋고 나면, 어떤 진실이 나타나도 그것을 무시하고 편향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생각처럼 쉬운 일도 없지만, 생각처럼 귀찮고 머리 아픈 일도 없으니 말이다.

 

잠시 편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자.

 

만약 고릴라가 뛰는 중 물이 더 깊거나 아이가 중간 어떤 기물에라도 걸렸으면,

아이는 사망했거나 불구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돌발 행동이라면 더더욱.

다른 무엇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었을까...

 

물론 무고하다 할 수 있는 생명이 사살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야생동물의 본성, 그 자체는 사살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에는 아이의 목숨이 저울의 반대편에, 불가피한 선택이 필요했다.

 

불가피한 선택, 이것이 단순 눈 앞에 있다 하여

이에 분노를 돌려선 안 될 일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한다.

 

하지만 그건 눈앞에 보이는 고릴라를 사살한 사람이 아닌

그 뒤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동물원이나 아이를 방치한 부모에게 책임을 물었어야 할 일이다.

그게 합당한 답이다.

 

하지만 분노는 항상 쉬운 답 편한 답을 찾고 그 화살을 약자에 돌린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동물로서의 본성이고,

뉴스는 그것을 이용했을 뿐이다.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있었다.

 

2018년 퓨마 탈출 사건이다.

우리를 탈출한 퓨마에 마취 포획이 힘들어지자 사살한 사건으로

아직도 관련 대응이 과잉이라며 소방관이나 경찰을 탓하는 이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과연 퓨마를 사살한 사람들의 탓이었을까?

 

퓨마가 해당 지역을 벗어났을 경우 주변 지역의 사람을 습격할 수 있고,

또한 현장의 인력들도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다.

퓨마는 사람을 습격하지 않는다는 말 역시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무책임할 뿐이다.

 

퓨마는 길고양이나 사나운 맹견 수준이 아니다.

미국에선 마운틴 라이언 즉 산에 사는 사자라는 명칭처럼 위협적인 동물로 인식하며

실질 사람을 습격하는 일도 종종 있다. 성인 남성 역시 예외는 아니며 사망 사고도 꾸준한 편이다.

 

피해는 자신이 받는 것이 아니라 하여, 무책임한 발언을 던지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생각을 위한 약간의 노력' vs '누군가가 감수해야 할 위험', 이것이 과연 저울에 올려질 일인지...

 

너무도 명백한 일이다. 책임은 관리 부실의 동물원에,

시민의 안전을 위해 나선 분들에게는 격려를, 안타깝게 희생된 퓨마에게는 추모의 마음을,

택일의 문제가 아닌 합리란 틀 아래 그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마음이다.

 

하지만 단지 분노라는 그 감정 하나로

만만하고 약한 상대를 찾아 희생양 삼는 우리의 본성처럼

여론이 그릇된 방향을 탔던...

 

분노하고 소리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만화 같은 세계,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런 곳이 아니다.

인간이기 위해 그저 약간의 참을성과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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