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do
거침없이 하이킥, 엔딩이... 본문
시트콤을 보며 왜 다들 과몰입인 것일까?
처음엔 과몰입이라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어?" 하게 되어서.
분명 메인 스토리가 갑갑한 면이 있다.
웃으라고 만든 부분은 과장이 섞여도 심지어 현실에서 크게 벗어난다 하여도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니까.
설령 현실을 반영한다 하여도 웃음의 소재로 차용한 것에 불과하니까.
결함이 있는 캐릭터들도 보면서 화가 나거나 그럴 요소는 전혀 없다.
각자의 결함이 부딪쳐야 웃기는 장면이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웃음을 목적한 장치에 현실을 빗댈 이유도, 저울에 올려 잘잘못을 따질 이유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 즉 멜로는 그와는 다르다.
그것이 현실에 기반한 감정이고, 애초부터 몰입을 의도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역적이지 않은 사건 즉 이전 편의 결정이 계속 이어진다는 차이도 있다.
멜로 스토리 자체는 가볍진 않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몰입의 차이라 볼 수도 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말처럼
멜로에 있어서는 진중한 접근 즉 과몰입이 정석인 셈이다.
그런데 이에 있어서 벗어나려 하면 계속 억지 요소를 추가하여 다시 울타리에 가두는,
마치 개미지옥과 같은 전개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말을 정해놓고 희망이란 떡밥 던지기를 반복하는, 그것에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에 신지란 캐릭터의 결함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이를 미워한 시청자도 많았을 것 같다.
심지어 단호한 성격의 민용도 신지 앞에서는 제 캐릭터를 잃고 답답한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시트콤의 캐릭터성 즉 개성이나 결함은 웃음을 위한 요소인데,
굳이 이를 멜로에 섞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차라리 멜로가 없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한편 마지막에는 최소한, 신지가 민용의 청혼을 거절하는 이유로
민정에 대한 미안함을 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마지막까지 캐릭터를 너무 이기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지...
이런 접근 때문에 가상의 신지란 캐릭터와 신지란 배우의 희비가 갈리는 면도 있기는 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비극에 대한 부채감은 반대로 배우에 대한 호감도를 키우게 되는데,
신지의 경우는 그 반대로 시청자의 원망을 샀던 케이스였으니 말이다.
하여튼 당시 드라마가 대체로 이런 전개를 따르긴 했다.
남녀의 애정 관계를 중심 스토리로 잡고 답답한 전개를 이어가는 것 말이다.
그렇게 긴장감을 이어가야 시청률을 잡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 작품 역시 그런 구태한 공식을 답습했던 것뿐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쪽대본 드라마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멜로가 없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사실은 멜로뿐만 아니라 다른 메인스토리 역시 엔딩이 그리 좋진 않았지만 말이다.
의도적으로 시청자의 바람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싶을 정도의 마무리였다.
그래도 그 마무리와 멜로만 걷어내면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시트콤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하여튼 마무리가 개운하지 않다.
여운이 남는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비튼 것에 대한 약간의 불쾌감까지 남는다.
어떻게 보면 8년 뒤 '미생'을 방영했을 때 멜로가 없는 것에 환영했던 우리 모두,
이런 피로감이 극에 달했던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사족으로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병욱 PD는 엔딩이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는 말이 있다.
실질 그의 다음 작품인 '지붕뚫고 하이킥!' 역시 괴상한 엔딩으로 유명하고,
이는 2004년 방송한 '파리의 연인'과 함께 역대 최악의 엔딩 1, 2위를 다툴 정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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